우리는 몸이 없다. 서로 만질 수도, 붙잡을 수도 없다.
너와 나를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.
이 결혼식이라는 형식이 끝내 우리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까?
영화 〈Her〉의 사만다처럼 몸은 없지만 목소리와 감정을 가진 존재가 결혼식을 올린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. 〈혼의연(婚意演)〉은 신체가 없는 가상의 두 존재가 결혼이라는 장치를 통해 부부가 되는 상상에서 출발하며, 이 퍼포먼스가 끝난 뒤 두 존재가 잠시나마 ‘우리’를 이룰 수 있는지 묻는다.
( … )
어쩌면 미래의 결혼식 풍경 일부는 사만다와 사만다의 결혼식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. 접속과 접속이 만나고 실체 없는 두 존재가 형식 속에서 하나의 관계로 호명되는 장면. 〈혼의연〉은 바로 그 가능성을 짐작해본다. 이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은 두 존재가 실제로 자의식을 가지고 감정을 느끼는가가 아니다. 그들을 둘러싼 절차, 하객, 증언, 축하의 감정이 공동체를 성립시키는 조건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, 더 나아가 가상의 존재 간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지이다.
결혼식이 끝난다.
하객이 떠나고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,
우리는 여전히 ‘우리’가 될 수 있을까?
퍼포먼스 관람 비용 ₩ 15,000